건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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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순록이 뛰어노는 이곳…난로 하나로 노르웨이 산맥 끌어안은 파빌리온
평년에 비해 따뜻한 겨울이다. 11월 말 흰 눈이 펑펑 내린 그날이 먼 옛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날 세상은 온통 새하얗게 변했고, 캠퍼스 여기저기에는 학생들이 만들어놓은 눈사람들이 겨울 풍경을 귀엽게 장식했다. 이제는 눈이 내리는 원리를 알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하늘...
2025.01.0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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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히는 도심을 벗어나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었다
21세기는 꿈의 사회였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의 모든 정보가 국경 없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장벽 없는 소통의 장이 열린 세상을 만들고, 다원화된 세상에서 해묵은 갈등이 치유될 것이라 믿었다. 그 꿈의 세기를 앞두고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는 &...
2025.01.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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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보행녹지, 뉴욕 하이라인 대 서울로 7017
자연이 사람들에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질서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면, 도시는 만남을 통해 기회를 주고받게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과 길 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은 사람들을 기회로 이끌어 주는 매개체다. 그래서 도시는 보고 싶...
2024.12.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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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엔 야생 순록과 눈 맞추는 노르웨이 숲속 파빌리온이 생각나
며칠 전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세상이 온통 새하얘졌고, 캠퍼스 여기저기에는 학생들이 만들어놓은 갖가지 눈사람들이 겨울 풍경을 귀엽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눈이 내리는 원리를 알고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모습은 늘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
2024.12.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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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나도, 진짜 나일까? 궁금할 땐 사카모토의 악보집을 펴지
가리고 변신하고 감싸는 나의 가면주말의 저녁 식사를 위해 준비한 김치볶음밥을 달걀로 덮었던 순간에 다시 한번 가면을 떠올렸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인이 즐기게 된 한국식 채소 쌈밥이나 김밥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죠. 가면을 쓰듯 감싸주는 일은 무엇이든 완전히 새롭게 보이게...
2024.12.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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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모던보이' 주름잡던 곳…100년 후에도 여전히 'MZ 핫플'
연말이면 바뀌는 풍경들이 있다. 필자가 가장 오랫동안 봐왔고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 분수에 전구가 설치되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이다. 고전 양식의 건물들을 배경으로, 비록 정해진 기간 동안이지만 1년 중 가장 생기가 도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광...
2024.12.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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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본점 디지털 사이니지가 감싼 100년이 넘는 시간
[LIVE - 2024 SHINSEGAE CHRISTMAS MEDIA FACADE Show]11월이 되면 연말을 맞이하기 위해 바뀌는 풍경들이 있다. 그 중 필자가 가장 오랫동안 보아왔고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 분수에 전구가 설치되고 조명이 켜지는...
2024.11.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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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가우디를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간다"
설레던 초행길 노정 – 가우디와 함께한 일주일말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텔레비전 마감 뉴스에서 계속되는 된더위 소식을 전하며 기온이 39.5도까지 올라간 지역이 있다고 했다. 처가가 있는 경북 영천이었다. 새벽 4시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듣고 ...
2024.11.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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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빛·대양의 소리…천체가 깨운 감각의 제국
‘감각의 제국’. 아마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심한 노출과 실제 정사 장면으로 논란이 됐던 이 영화를 쉬이 떠올릴 것이다. 한국에는 수위 문제로 한참 후에나 편집돼 프랑스어 제목인 ‘L’Empire des Sens&rsq...
2024.11.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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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과 멍함, MIT 채플 대 강화도 멍때림 채플
미국 동부의 명문 하버드 대학과 비견되는 MIT 공과대학에는 기계적 이미지의 박스형 건물들로 가득찬 학교 분위기에 맞지 않는 원통형의 채플건물이 있다. 제 1차 세계대전과 제 2차세계대전 동안 과학기술을 무기 개발로 연결하며 크게 성장해온 MIT 공과대학은, 전쟁 후 ...
2024.11.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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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으로 이룬 제국, 에노우라 측후소… 태초부터 영원까지 느껴지다
‘감각의 제국’ 아마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심한 노출과 실제 정사 장면으로 논란이 되었던 이 영화를 쉬이 떠올릴 것이다. 한국에는 수위 문제로 한참 후에나 편집되어, 프랑스어 제목인 ‘L'Empire des Sens&rsq...
2024.11.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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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과 '카유보트'…오르세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아래 사진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소년을 촬영한 것이다. 작품 앞에서 그것을 따라 그려보는 청소년 관객들의 모습은 미술관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에게는 일반 관객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그...
2024.11.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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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이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탄생한 '임스하우스'
자신을 잘 아는 일은 어렵다. 태어났을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해 잘 알기 위한 노력은 타인을 잘 알기 위한 노력보다 소홀하다. 또한 그렇기에 자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편안해하는지, 좋아하는지...
2024.10.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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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철재 2.5배로 우주선처럼 빚어낸 베이징 리저 빌딩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지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여러 방면에서 국제적인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박차를 가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도록 이미지 ...
2024.10.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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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빛과 공기로 공간을 채우고 그리고 커피 한 잔
산업혁명의 여파로 유럽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례없는 인구 유입은 대도시의 주거 환경을 처참하게 만들었다.한편, 이 시기의 건축은 철근콘크리트의 발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대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역사는 빛을 위한 투쟁이나 다름없다...
2024.10.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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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비틀어 세상을 뒤집는 베를린의 본비치니
셀 수 없이 많은 전시를 접하지만, 머릿속 혹은 마음에 각인되는 전시의 수는 많지 않다. 지난 2022년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모니카 본비치니(Monica Bonvicini, b. 1965)의 개인전 《I do You》는 그렇게 손꼽히는 전시 중 하나였다. 모더...
2024.10.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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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시를 구한다…랜드마크가 된 세계의 도서관을 가다
대형 상업몰 스타필드 중심에 자리한 별마당 도서관은 개방형 도서관으로 스타필드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데, 단순한 도서관 기능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포토 스팟이자 시민들에게는 훌륭한 휴식처이자 만남의 장소의 역할을 하는 스타필드의 랜드마크로...
2024.10.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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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연쩍은 경험도 다 쓸모가 있어요
겸연쩍음의 효용도시학자인 리차드 세넷의 수많은 명저 가운데 <무질서의 효용>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좀 더 자주 사용하는 어휘로 풀어낸다면 ‘무질서함도 쓸모가 있다’ 정도가 되겠죠.전 어릴 때부터 쑥스럽고 어색한 상황에 처해 ‘겸연(慊然)...
2024.09.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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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도시 파리에서는 에펠탑도 옷을 갈아입는다
매일 밤 해가 떨어질 무렵부터 새벽 1시까지 에펠탑은 황금색 조명이 켜지고 매시간, 5분간 별처럼 반짝인다.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에펠탑을 수백 번 본 파리 시민들도 에펠탑의 야경에 마법처럼 이끌려 환호를 지르고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매료되곤 한다.에펠탑은 중요한 행사...
2024.08.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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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모습 그대로…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변신한 채석장
공간을 설계하는 일에는 다양한 과정이 수반된다. 그중 필자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공간의 재료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재료가 각각의 위치에서 공간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쾌감이 있었고, 일이 익숙해지고 난 후에는 재료 하나하나가 자세하게 눈에 들어왔다.같...
2024.08.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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